똘끼 가득한 일본의 작은 회사 ‘주식회사 인간’

발단은 며칠 전 항상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페이스북 이웃님의 담벼락에서 본 아래의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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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허핑턴 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com/2012/11/15/watching-cute-girl-app-iphone_n_2138299.html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귀여운 여자가 나를 계속 쳐다보는 앱”입니다. 일본에서도 알게 모르게 이슈가 되었던 앱인데,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이렇게 소개가 되었네요.

이 앱은 버젓한 공식 웹사이트도 가지고 있습니다.

見てる女がさかい 공식 웹사이트 : http://watching.jp/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귀여운 여자가 빼꼼히 쳐다보고 있고, 그 아래로는 동영상이 나옵니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은 ‘고바야시 켄도’라는 일본의 유명 개그맨으로, 자칭 타칭 ‘망상 에로 개그맨’으로 불리우는, 여자를 밝히는 저질/변태 캐릭터의 연예인입니다. 이 앱을 직접 프로듀스(감수) 했다는 에로 개그맨 고바야시 켄도가 동영상에 나와서 직접 설명을 합니다.

“실은 이 앱은, 제가 무언가를 혼자 하고 있을 때, 여자에게 슬쩍 보여지고 싶다는 그런 소망을 구현한 것입니다. 아, 이상한 이미지 아닙니다, 정말로. 혼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나, 혼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나, 혼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이렇게 혼자서 뭔가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봐주고 있으면, 더 기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혼자서 뭔가 하고 있는 사람을 “힘내세요!”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설명에 맞게 웹사이트에는 상세한 사용법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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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부터 “사무실에서 혼자 있을 때, 응원해주는 그녀”, “혼자서 공부할 때 지켜봐주는 그녀”, “혼자서 밥먹을 때 돌봐주는 그녀”)

이렇게 아이폰에 틀어놓고, 그냥 하던 일 하면 되는 앱입니다. 약간 길어지지만 이 앱의 섬세한 다른 기능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하 동영상 내용 요약)

– 앱 구동 시간에 따른 인터렉티브 구현 : 아침에 켜면 여자애가 활기차게 ‘굿모닝(오하이요!) 오늘도 좋은 하루!’라 인사하고, 밤에 켜면 ‘굿 애프터눈(곰방와-)’이라 인사하는 방식

– 여자애가 많이 봐줄수록 호감도가 올라가는 시스템 : 앱 구동 횟수와 앱 구동 시간에 따른 호감도 증가 방식. 호감도가 증가하면 여자애가 애교를 부리거나 하기도 함

– 정신 못차리고 덥썩 끌어안거나 하면 ‘싫어-!’ 라고 거부하기도 한다. (자이로 기능 탑재) 물론 그동안 서로  많이 지켜봐서 친밀도가 올라가면 끌어안을 때 좋아하는 기능이 (당연히) 들어가있다.

– 그냥 틀어놓고 뭔가 하고 있으면, 귀여운 여자애가 나도 모르게 내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기도 한다. (업데이트 예정) 트위터엔 업데이트하지 않으니까 안심해도 좋다.

– 마지막으로 소개 되는 기능은 ‘고바야시 기능’. (이 부분은 그대로 번역)

“그리고 저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전국의 고바야시씨를 위한 기능이기도 한 ‘고바야시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여자애가 “고바야시!!” 라고 불러주기 때문에, 전국의 고바야시씨들은 꼭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여자애가 “고바야시”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기능으로, 내 이름을 입력하면 내 이름을 불러준다거나 하는 그런 기능은 절대 없고, 내가 고바야시라는 성씨를 가지지 않았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기능이다 ㅋ (온으로 하면 부르는 이름이 전부 ‘고바야시’가 된다고)

웹사이트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설명되어 있다.

– 혼잣말하기 기능 : 가끔씩 혼잣말을 하며 자신을 어필하는 기능

– 만지지마 기능 : 터치하면 당황하며 ‘만졌어?’ 라고 물어보는 기능

– 고바야시 기능 : (만지거나 안거나 하면) “고바야시, 지금 뭐하는 거야-“라고 말한다거나…

등 총 180개가 넘는 패턴의 동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반응들을 보게 되면  ‘추억 리스트’에 등록이 되고, 전체 중 몇 퍼센트나 보았는지 “현재 진행률 15%”와 같이 ‘달성도’가 표시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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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에 ‘유이’상, 이라고 이름이 나오고 우측엔 프로필 이미지와 달성도(14%)가 나온다)

출처: 주간 아스키 http://weekly.ascii.jp/elem/000/000/117/117274/

이거 번역하고 있으니까 이 귀한 시간에 내가 왜이러고 있나… 싶은게 본론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이런 잉여력 넘치는 변태앱은 이글루스 블로거 중 누군가가 이미 소개했으리라 생각해서 조금 찾아 보았으나, 아직 아무도 소개하고 있지 않아서 결국 제 손을 더럽히고 말았네요.

이 앱을 만든 회사는 ‘주식회사 인간’이라는 회사입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서 본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식회사 인간 웹사이트: http://2ngen.jp/

주식회사 인간의 웹사이트를 열자마다 등장하는 초췌하고 거대한 사람 사진에 조금 놀라게 됩니다.  전부 직원들로 보이고, 랜덤하게 등장하는데, 오늘 보니 여자 사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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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이념
“재미있고”   “이상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물론, 개성적이고,
깊이 생각한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내는, 우리의 이념입니다.

이 회사는 이전에 엑스박스의 동작감지 카메라 및 센서 ‘키넥트’를 활용하여 ‘키넥트 거유’라는 잉여력 넘치는 앱을 개발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 : 거유 키넥트 http://youtu.be/dxRvRbPtmKo

(앞부분은 그냥 그런가보다 싶은데, 뒤쪽에 남자 둘이서 테스트하는 장면을 보면 확실히 이들이 맛이 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관련 동영상이 좀 그런 것들이 나오네요;;; 사람 많은 곳에선 조심해서 보셔요;;)

또다른 서비스로는 “콧털 통지 대행 서비스 「찔끔」” 이란 게 있습니다.

「찔끔」 공식 웹사이트 : http://hanage.info/

누군가 콧털이 나와 있어서 말해주고 싶은데, 차마 앞에서 말하지 못할 때,

모바일을 통해 “콧털 통지 의뢰서”를 작성하면 그 사람에게 익명으로 “당신 지금 콧털 나와 있어요” 라고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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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뢰한다   2. 메일이 도착한다   3. 콧털을 뽑는다 (콧털 처리 방법은 여기로)  4.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이 서비스로 도움받은 콧털의 수가 542,133건이라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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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다양한 쓸데없는 것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또다른 인상 깊었던 것은 ‘스위스'(정식 표기는 ‘스이스スイス’지만 편의상 ‘스위스’로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제품인데, 일본어로 ‘의자’가 ‘이스’라는 점에 착안하여 「’스’자 모양을 한 ‘이스(의자)’, 그래서 ‘스이스’」라는 ‘의자’입니다.

스이스 링크 및 프로모션 사진 : http://swiss.2ngen.jp/ (URL부터 SWISS 입니다 ^^;)

보통의 말장난으로 끝나고 말 것을 제품화하고! 예쁜 모델을 써서 사진도 찍고! 각종 페스티벌에 내기도 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요. 재밌는 아이디어 나오면 “그거 하려면 시장은 어떻고 고객 니즈가 어떻고, 돈은 얼마가 들고, 리소스는 어떻고……”가 아니라 그냥 질러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랬던 것은 이 회사 웹페이지 올라와 있는 “기획” 코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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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웠던 메뉴 ‘기획’

이 메뉴를 클릭하면 뜬금없이 에버노트로 넘어가고 “이 노트를 공유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어옵니다. 공개된 에버노트는 2010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성하고  있는 74개의 “재미있고 이상한 기획의 드래프트”입니다.

에버노트 ‘기획’ 직접 URL : https://www.evernote.com/pub/bokeru/kikaku

애플이 전자책 넘기는 방식까지 특허를 걸고 전세계에서 특허 소송 수십건 하지 않으면 1류 기업 대접 못받는 이 시절에, 자신들의 재미있고 엉뚱한 기획서를 막 공개합니다. 이상한 걸 만들려고 하니까, 할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하여 저는 꽤 감동 받았습니다. 위에서는 통 쓸모없는 것들만 소개했지만, 여기 올라와 있는 기획 중에는 꽤 쓸만한 것도 있습니다.

소개 : 기획 넘버 068, 인터렉티브 마네킹

가게의 지정된 위치에 서면, 가게에 놓인 마네킹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 된다.

손님의 얼굴을 얼굴 인증하거나, 키넥트에서 가져와, 자동으로 마네킹에 카피한다.

자신의 얼굴의 마네킹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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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외로(?) 써먹을만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있고, 이런 것들보다 더 황당무계하고 ‘멋진’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특히 ‘쓸데없으면서 아름다운 공상 소설같은’ 아이디어들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81년 동갑내기 두 사람이 경영하는 이 작은 회사는 “우리같이 큰 실적도 없는 애들이 만드는 웹사이트보다, 모두의 (쓸모없는) 것을 모아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몇 년이 걸리든 만들어주신 그대로 공개하겠습니다” 라며 「사람의 훈도시로 WEB을 만들자」라는 기획도 진행 중입니다. (훈도시는 스모 선수들이 입는 넓은 끈으로 된 팬티인데, ‘다른 사람의 훈도시는 나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뜻에서 쓴 것 같습니다)  현재 구인 중인 것 같은데, 구인 페이지에 들어가면 “화장실 SNS”를 비롯하여 다양하고 엉뚱한 기획들이 올라와 있어,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예전엔 꽤 엉뚱하고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재미있는 것을 많이 못하고 사는 것 같아서, 이들의 패기와 똘끼를 보며 무척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공개 기획서라는 아이디어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거 해보려고 개인 블로그에 ‘1일 1기획’도 하고 좋아하는 선후배들과 함께 커뮤니티도 만들고 그러긴 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들의 쿨함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참고 링크: 제가 진행했던 1일 1기획 http://goo.gl/BQvXs

기획자로서 암흑기였던 2009년 어느 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총 24개의 기획을 진행하였고, 이 중의 하나의 기획을 실제로 발전시켜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였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로 진행하진 못했지만, 그 덕에 지금 일본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저도 쓸데없는 기획 많이 했었네요. 그 중 하나 소개합니다 ^^;;

No. 005. 기획안 자동 작성기 http://bird4you.blog.me/120090594657

우리 모두 한때 열심히 쌓았던 잉여력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잉여력 모두 폭발시킬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여 이 밤에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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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똘끼 가득한 일본의 작은 회사 ‘주식회사 인간’

  1. ㅎㅎ 이 글 ‘주식회사 인간’ 페북에 포스팅 되었더라!~ 나도 링크된 거 읽으면서 ‘와.. 그새 누가 이런 기사를 썼네’라고 생각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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