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인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

지리멸렬한 인생을 바꾸기 위한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려고 마음 먹는 노력조차 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제, 일본을 찾아온 함께 일했던 동료와 만난 자리에서 인생을 조금 더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글 써보는 건 어때요? 요즘 블로그 업데이트도 거의 없던데, 글쓰기는 적은 비용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어떻게든 블로그 갱신해보겠다 마음먹고 새로운 블로그를 개설해놓고도 놀리고 있는 내가 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말하면서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 어쩌겠냐 싶었다.

 

전부터 줄곧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글쓰기는, 여러 의미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첫 발이 되는 것 같다. 우선 글쓰기는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머리속에 애매하게 떠돌던 많은 것들이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갖춘 글이 되며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조직화되는 과정은,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을 갖게 해준다. 또한 완성된 글을 이리저리 다듬는 시간은 객관이라는 껍질을 쓰고 내 안에서 더 단단해지는 온갖 종류의 편견을 찾아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나같은 평범한 인간에게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고 퇴고하는 시간은 내 안의 편견과 나르시시즘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글의 주제를 명확히 하며 전체의 줄거리를 다듬고,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고, 온갖 종류의 부사를 떼어내어 글을 깔끔하게 만드는 과정은 내 안의 추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끝나고 말끔해진 글을 읽어보면 비록 잠시지만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된 것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만족감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틀을 얻는 것만큼이나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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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과 스파이크 리의 영화 mo’ better blues. 블루스가 인생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 나은 인생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삶을 버텨내는 것조차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깊은 생각을 할 여유를 갖는 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다행이도 글쓰기는 이럴 경우에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문적으로 쓰는 글이 아닌 일기 수준의 글쓰기는 대개의 경우 생각을 정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천재성 넘치는 움베르토 에코마저도 그의 워드프로세서(정확하게는 그의 페르소나인 야코포 벨보의 워드프로세서) ‘아불라피아’를 가리키며 “내 머리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글을 작성한다”라며 예찬하였으니, 에코보다 평범한 내 두뇌보다는 얼마나 빠르겠나 싶다.(아불라피아에 대한 부분은 이십년 전에 읽은 책을 기억에 의존해서 쓴 부분이라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에 글이 작성된다’라는 식의 내용일 수도 있다) 일단 하얀 백지를 열어두면, 뭘 쓰지, 라는 막막함이 전전두엽과 단절된 손가락의 움직임에 의해 고딕의 한글로 뒤바뀐다. 이 글이 잘 쓴 글이냐는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우리의 기준에 잘 쓴 글을 우리가 직접 쓰는 일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일테니. 일단은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잘 맞추고, 내가 쓰는 주장 중 근거가 될만한 것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그럭저럭 읽을만한 글을 쓸 수 있다. 게다가 어렵고 귀찮게 느껴지는 글쓰기도 계속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지기도 할테니 이 또한 기쁜 일 중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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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라피아는 13세기의 실존인물 아브라함 아불라피아에서 따온 이름이다.
– Abraham Abulafia’s “Light of the Intellect” 1285, Vat. ebr. 597 leaf 113 recto

 

글쓰기는 내 안의 세계뿐 아니라 내 밖의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쓴 글이 일관된 분야의 내용을 담고 있고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 안에서 출발한 글쓰기는 내 밖의 다른이들에게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되거나, 책을 출판하는 등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만큼 드물지 않은 일이다. (어제 만난 동료도 양질의 컨텐츠를 담은 여행 블로그를 계기로 여행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다) 특정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계속 쓴다면 내가 찾아가지 않고도 영업이 되기도 한다. 짧은 구글링으로도 블로그 등에 글을 쓰면 좋은 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쓰는 글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구나. 그냥 좋은 글 찾아서 번역이나 할 걸)

 

이 글의 결론은, 이 글의 제목과 동일한데, 당장 이삼일에 한두 시간 투자하는 것으로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면, 의욕없고 귀찮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도 일단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이 글 역시 그런 지리멸렬의 틈을 뚫고 겨우 작성되었고, 어쩌면 나는 이번 주 안에 하나의 글을 더 쓸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적인 설레발을 떨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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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글쓰기, 인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

  1. 오, 꼭 볼게요! 책 추천하는 것 좋아요ㅋㅋ 저는 책 디자인과 제목에 그리 영향을 안받아서 별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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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 곳이 있었군!

    글쓰기, 글쓰기..라..
    음 이런걸 뭘 꼭 사 읽어야되나 싶고, 우선은 제목이 맘에 안들고, 결정적으로 책표지 디자인이, 이거야 원, 이건 저자안티가 만든게 아닌가, 이런 느낌의 책인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재밌게 읽히고 도움받은 바도 있고 해서, 추천해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821068

    ps. 스캔해둔 pdf 버전이 있으니 혼자서만 숨어본다고 약속하면 보내줄 수도 있음. 단, i文庫로 읽을 것을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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