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여름, 2014년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올해 고시엔은 초슬로우 커브를 던지는 선수가 나타나 화제를 모았고, 본인 역시 학창 시절 야구를 했던 옆 팀 팀장의 아들래미도 도쿄 동쪽지구에서 우승하여 진출하였다. 수은주가 20도를 찍고 있다는 서울의 지인들의 ‘나의 여름은 이렇게 갔다’는 둥의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라오지만, 어제도 공식 기온이 35도에 육박한 도쿄는 여전히 한여름이다.

최근에는 일본 작가가 쓴 미국인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과 한국 작가가 쓴 미국인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각각 그 작가의 언어로 읽었다. 일본 작가의 소설은 ‘All you need is kill(클릭하면 일본 아마존 링크로)’ 이라는 소설로, 최근 톰 크루즈 주연으로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된 ‘Edge of tomorrow’의 원작 소설이다. 헐리웃에서 영화화되자 톰 크루즈 얼굴이 나오는 표지가 추가된 버전이 발매되고, 만화화 계획이 발표되어 만화가 연재되고, 급기야 문고판이 아닌 거대판형의 소설책까지 등장한 소설이다. 거의 2천만 명이 관람하며 일본 사회(와 어린이)를 열풍으로 몰아 넣은 디즈니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통 뉴스를 보지 못하고 있는 내가 몰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그리 흥행한 것 같진 않지만, 어쨌거나 소설은, 재미있었다.

All you need is kill
문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All you need is kill’의 표지. 톰 크루즈 형님을 벗겨내면(?!) 원래의 저 표지가 나온다.

또 다른 한 권의 소설은 선물을 받은 소설 ‘궁극의 아이(클릭하면 알라딘)’. 항상 재미있는 책을 선물해주는 지인으로부터 받은지라 읽고 있던 다른 책들보다 먼저 후루룩 읽었다. 영화 및 드라마의 원작이 된 소설을 많이 쓰고 감독 경험까지 있는 작가가 쓴 소설답게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묘사(혹은 고증)보다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해 집중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런 것 정도는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며 읽을 수 있을만했다. 가장 최근에 후루룩- 읽은 책은 또 다른 이의 추천으로 읽었던 ‘HQ: 해리 쿼버트의 진실’이란 책이었는데, 이 책 또한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궁극의 아이가 읽는 재미는 있었으나 주제와 소재(소재가 지구와 인류 레벨)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가벼워서 아쉬움이 남았던 반면, 해리 쿼버트의 진실은 소재도 탁월하고 삶에 대한 작가의 고민도 공감이 갔다. 어쨌거나 두 책 다 재밌었다.

대략 이렇게 무섭게 생긴 여자 아이가 표지인...
대략 이렇게 무섭게 생긴 여자 아이가 표지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알라딘 링크는 여기

우리는 오늘, 그동안 정들었던 ‘스기나미’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 초등학교만도 5개를 다니고, 중학교, 대학교까지 전학을 다녔고, 어느 한 곳에서도 4년 이상 살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사라는 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일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맑은 날은 후지산이 또렷이 보이고, 해가 뜨고 지는 하늘이 보이고, 고엔지 아와오도리나 아사가야 타나바타마츠리 등 여러 마을 축제도 많고, 일주일에 이틀은 포인트를 5배나 주는 행사를 하는 슈퍼마켓 오오제키나, 크고 깔끔해서 좋았던 슈퍼마켓(이라고 하기엔 좀 크지만 어쨌거나) 올림픽도 좋았고, 산책로가 되어주는 동네 골목길도 좋았는데, 이제 다시 못본다니… 어찌나 아쉬운지 스기나미區의 마스코트인 ‘스기’와 ‘나미’를 못보게 되는 것마저 아쉬울 정도이다. 

우리동네에서는 후낫시 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스기나미의 마스코트 '나미스케'와 여동생
우리동네에서는 후낫시 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스기나미의 마스코트 ‘나미스케’와 여동생. 얘들아 안녕 ㅠ_ㅠ

그리고 무엇보다, 기치죠지.

한글로 읽으면 길상사(吉祥寺)가 되는 곳. 

처음에는 왜 사람들이 이 곳이 좋다고 하는 것인지를 잘 몰랐지만, 살다보니 이런 곳 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 틈만 나면 찾아다녔던, 그리고 아직 못가본 곳이 너무 많은 기치죠지. 산책삼아 걸었던 이노카시라 공원도, 덕후 물품 사러 드나들던 시끄러운 양판점도, 앞으로는 이렇게 자주 못오겠다 생각하니 다닐 수 있을 때 더 많이 다녀볼 걸하는 후회도 살짝 든다. 그래도 완전 먼 곳 가는 게 아니니 기치죠지는 가끔 찾아오겠지. (결국 지브리 미술관은 끝내 못가보고 동네를 뜨는구나 ㅜ_ㅠ)

이 집에서, 또다른 많은 추억이 생겼고, 윤아가 나왔고, 윤아가 자랐고, 나도 자랐고, 개돌사마도 자랐던. 

안녕.

 

어느 봄, 베란다에서 찍은 후지산. 안녕 후지산아.
어느 봄, 베란다에서 찍은 후지산. 안녕 후지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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