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에 보낸 편지를 읽고 쓰는 편지

친일파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에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남에게만 엄격함을 들이대는 이중잣대로는 어떤 대의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가와 국민은 계약을 통해 맺어진다는 250년 전부터 이어온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입니다. 계약의 대상들 사이에 있는 것은 애정과 충성이 아니라 권리와 의무입니다. 내가 전세 계약을 맺는다면, 나와 집주인 사이에는 권리와 의무만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제가 국가에 대한 애정과 충성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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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전에 이미 ‘국가와 시민은 계약을 통해 맺어진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셨던 루소 형님

국가에 대해서 애정도 충성도 없긴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애정도 있고 희생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계약의 대상인 국가가 아니라, 제가 아끼는 사람들과 제가 잘 몰라도 어딘가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합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자가 그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에 그 계약은 깨질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직장을 여기 저기 옮기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지극히 일반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30년 뒤에는 ‘자기가 마음에 드는 국가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2억 명의 사람들이 자기가 태어난 곳이 아닌 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국가로서 해야할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잘 지켜나가는 것 뿐 아니라, 잘못끼워진 한국 근대사의 단추를 다시 끼우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이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나는 끝없이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는 이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습니다.

5천만명의 전세 세입자와 계약을 맺고 있는 집주인에게 1명의 세입자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인생 걸고 당신들에게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인간은 작은 수가 모여도 큰 힘을 발휘하는 법입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만들어온 민주주의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씨의 편지를 읽으며 이런 다짐을 한 번 더 해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신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께 보내는 공개서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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