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의 지름길 ‘착한 리더십’

CEO에 따라 기업의 수익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가. 만약 차이가 난다면 CEO의 어떤 역량이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와 관련 지난 4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성격을 측정하라(Measuring the Return on Character)’는 기사를 실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성격이 좋다’는 평판을 받는 CEO가 이끄는 기업이 ‘성격이 나쁘다’는 평판의 CEO가 이끄는 기업보다 2년 수익률이 5배 정도 높았다.

이 연구는 CEO의 성격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인류 학자 도널드 브라운이 정의한 인류의 보편적 성향에 대한 항목 중 도덕적 성향을 나타내는 4가지 항목, 진실성(Integrity), 책임감(Responsibility), 관용(Forgiveness), 공감능력(Compassion)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리스트에 따라 미국 내 84개의 기업과 NPO를 대상으로 8,500명의 직원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그들의 CEO와 경영진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렇게 축적된 100만여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기업과 기관의 경영 성과에 매핑하였다.

F1504A_IW_LEADERSHIP연구를 진행한 KRW의 공동대표 프레드 키엘(Fred Kiel)은 4가지 성격 점수가 높은 그룹
을 ‘명인형 CEO(Virtuoso CEO)’로 이름붙였고, 성격 점수가 낮은 그룹을 ‘자기 중심형 CEO(Self-focused CEO)’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기 중심형 CEO’가 운영하는 기업들은 2년 자산 대비 수익률(Return of Assets)이 1.93%였으나, ‘명인형 CEO’가 운영하는 기업들은 9.35%로 거의 5배의 차이가 났다. 명인형 CEO들은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고, 공공의 이익에 관심을 표하고, 실수를 허용하는 편이고, 공감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 성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이타주의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다.

흔히 비즈니스는 죽거나 죽이거나밖에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이런 세상에서 ‘이타주의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 기사는 많은 주목을 받으며 여러 국가에서 번역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HBR 2015년 7월호 첫 번째 기사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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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인 칼럼리스트가 중국과 일본의 일반적인 문화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쓴 예시를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누군가 사기를 당하면 ‘사기 친 사람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국에서는 사기를 당하면 ‘당한 놈이 멍청한 놈’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한국은 어떨까. 대부분 사기를 친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겠지만 ‘당하는 놈이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많지 않을까.

‘착하면 호구잡힌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타주의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것도 CEO로서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 지금 시대는 뉴욕타임즈의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도 ‘역사상 요즘처럼 사람들이 서로 외면하고 고립되고, 공격적이고 부서지기 쉬운 자존감을 가진 적이 없다’라고 썼을 정도로 무서운 시대이지 않은가.

이타주의자가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주장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영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연구를 내놓고 있는 수많은 학자들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애덤 그랜트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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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가 성공한다

애덤 그랜트는 남에게 베푸는 유형의 사람을 기버(giver),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꺼리지 않는 유형을 테이커(taker), 손해와 이익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을 매처(matcher)로 구분한다. 그리고 방대한 심리학과 경영학 연구를 기반으로 기버, 즉 이타주의자야말로 지금 시대에 잘 맞는 인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에서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이나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기버)을 주제로 방대한 연구와 파격적인 주장을 제시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엔지니어 160명, 벨기에의 의대생 600명, 노스캐롤라이나의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호 연관성이 없는 3개의 독립적 연구에서, 일반적인 예상과 같이 성공 사다리의 가장 밑에는 기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 뿐 아니라 “기버는 테이커에 비해 평균 수입이 평균 14퍼센트 적고, 사기 등 범죄 피해자가 될 위험이 2배 높으며, 실력과 영향력을 22퍼센트 더 낮게 평가받는다”는 또 다른 연구들도 존재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인식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연구들이 경영학과 경영자에게 의미있는 진짜 이유는 성공 사다리의 정점에 위치한 사람들도 기버라는 점이다. 앞선 연구들을 다시 살펴보면 캘리포니아의 엔지니어 중 가장 생산성이 높은 기술자는 기버였다. 벨기에 의대생 중 가장 학점이 좋은 학생 또한 기버였고, 기버 그룹의 성적도 전 과목에서 평균 11퍼센트 더 높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영업사원들 또한 기버였고, 그들은 테이커나 매처 그룹보다 연간 50퍼센트 더 높은 실적을 거두었다. 기버가 성공 사다리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런 결과는 앞서 언급한 KRW의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좋은 성격을 가진 CEO가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더 좋은 성격을 가진 CEO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의아하다. 돈을 버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세나 좋은 성격보다 다른 것이 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 경험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좋은 이웃일 수는 있지만, 기술보고서와 도면 제작 등을 가장 잘하는 엔지니어, 성적이 가장 좋은 의대생, 영업 실적이 가장 높은 영업 사원이 된다는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정교하게 실행되었다. 벨기에의 실험에서 이타적인 행동양식은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보다 더 정확하게 의대생의 성적을 예측했다. 이처럼 이타주의가 성공 사다리의 위로 올라가기 위한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에 의하여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왜 어떤 기버가 사다리 밑에서 고생할 때 다른 기버는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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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은 CEO가 더 잘버는 이유

애덤 그랜트는 이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스스로의 이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성공 사다리의 윗자리를 차지한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한다. (반면 스스로의 이익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타주의자는 사다리의 아래를 차지한다) 이타적인 태도는 더 많은 사람과 진실된 관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서로의 평판이 긴밀하게 공유되는 오늘날에는 그렇게 형성된 진실된 관계가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와튼 스쿨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종신 교수를 받고 가장 주목받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는 사회 과학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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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이전에 사람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5년 7월호에는 ‘People before Strategy’ 라는 글이 실렸다. 전략 이전에 사람이 먼저다. 2500년 전, 공자는 논어에서 혼자 열심히 노력하며 다스리는 자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일을 맡기는 제자 자천을 두고 군자라 칭했다. 21세기의 최첨단 IT 기업인 구글도 검색 알고리즘보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여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듯 기원전 500년부터 21세기까지 수많은 리더들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오고 있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들은 더 높은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해는 팔로워를 몰아붙이기 보다 공감으로 이끄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직원들을 채찍질하여 연 평균 15%씩 성장하고 있었다면, 그 기업은 이타주의와 공감으로 연평균 72.6%를 성장할 수도 있는 길을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대 경영학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주장대로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예측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론’이라고 한다면, 그 ‘이론’은 채찍보다 당근을 쓸 때 다섯 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프레드 키엘을 참고하자. 키엘은 자기 중심형 CEO였지만 노력을 통하여 명인형 CEO로 자신의 성격을 바꾸었다. 뇌과학자들이 최신 연구들을 통하여 뇌도 근육처럼 단련할수록 더 강해진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이타주의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도구이다.  키엘과 그랜트도 노력을 통하여 진실성, 책임감, 관용, 공감능력과 같은 이타주의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벌기 위해 리더가 성격까지 수련해야 하는 시대라고 투덜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진실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살며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관용을 베풀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우리에게 달렸지만 ‘이론’은 더 좋은 인간이 되면 인기뿐 아니라 5배의 금전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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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리더피아 9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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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상단에 잘 보시면 제가 쓴 글도 표지에 실어주셨어요. 감삼돠. 꾸벅.
※ 커버 이미지는 훌륭한 리더의 표상(쯤으로 제 맘속에 자리잡은) 아무로 나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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