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의 뻘소리 – 어제는 눈이 왔다

# 근황
페이스북에 잘 들어가지 않고 있다. 가끔 올리는 기사들도 외부에서 ‘페이스북으로 공유’를 눌러서 거기에 입력하는 경우가 대부분. 대신 인스타그램을 쓰고 있다. 문장이 점점 망가지고 있는 중년에게는 사진 한 장에 간단한 설명으로 그럴듯한 포스팅을 완성할 수 있는 이 서비스가 반갑다. 가끔은 즐거운 내용에 재치있는 문장의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감생심,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책
한동안, 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소설 위주로 읽고 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드니까 문자라도 편한 거 읽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 눈
내가 태어나던 날(3월 초순)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어머니로부터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뭔가 저 문장에 의미가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봄이 오고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3월에 아직 미련이 남은 겨울이 심통 부리는 것처럼 내리는 눈.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이다!’ 라고 맘 먹는다고 어제까지의 모든 것과 다른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3월에 눈이 오는 건 좀 뜬금없는 것 같다 생각 했다. 어제 내리는 눈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며.

# 프리큐어
눈이 펑펑 내렸던 어제는 춘분이라 쉬는 날이었고,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프리큐어 슈퍼스타즈‘ 를. 어린이가 굳이 어제 보셔야겠다 하여, 엄마를 두고 둘이서 보러 갔다. ‘마법사 프리큐어'(2016), ‘반짝반짝 프리큐어 아라모드'(2017), ‘HUG, 프리큐어'(2018)의 3작품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프리큐어 극장판이다. ‘파워레인저’나 ‘가면라이더’처럼 1년마다 새로운 프리큐어 시리즈가 시작되고, 극장판은 대체로 1년에 두 번 개봉한다.
영화 입장 시에, 누르면 연두색 빛이 나는 작은 마법봉(아래 그림 참조)을 나눠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 주인공들이 위기체 처했을 때, 바람잡이 캐릭터 – 애완동물 사이즈의 괴생물. 보통 개나 햄스터나 그런 것과 비슷하게 생김 – 가 “너희들희 힘을 빌려줘! 빛을 켜고 좌우로 흔들어줘!” 라든지 “더 힘차게!”라며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 한다.

20180317_140319
이렇게 생긴 걸 나눠준다. 의외로 빛이 예쁘고 오래간다.

# 복잡미묘
윗 글에 이어서. 여기서 어린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내가 힘을 줄게!!!’ 라며 적극적으로 휘두르는 어린이와 ‘어차피 저거 이미 만들어진 거 화면으로 틀 뿐인데 내가 저 장단에 맞춰야 하나’ 라며 시니컬하게 있는 어린이의 두 부류로 나뉜다, 고 생각했었다. 우리집 어린이를 보기 전까지는.

“너희들의 힘을 빌려줘!!!” 라고 영화 속 캐릭터가 외칠 때 우리집 어린이의 반응은

‘으음… 안하자니 다른 애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는 것도 민망하고, 하자니 부질없는 짓 영화 만든 인간들의 얄팍한 농간에 놀아나는 것 같고…’
혹은,
‘으음… 저거 어차피 만들어진 거 여기 틀어놓을 뿐인데… 별 의미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왠지 하고 싶다. 이렇게까지 멍석 깔아주는데… 왠지 나도 불 켜고 흔들고 싶다…’

 

와 같은 상당히 미묘한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반응을 보이던 어린이는, 타협안으로 ‘불을 켜고 아주 작게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흔들되, 그 모습을 남들이 보지 못하게 가리기’ 라는 특이한 행동을 선택하였다.

# 고유명사를 제대로 말하기
위의 어린이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화가 내 인생에는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나는 ‘과자 이름을 제대로 말하는 게 민망하고 창피하게 느껴져서 말하지 않는’ 편이다. 과자 이름이 뭐가 그리도 민망한지… 보통명사급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육성으로 읊지 않는 편이다. 아빠부터 이러니 딸이 저런 것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 어린이
요즘 어린이가 점점 예뻐지고 있다, 고 생각하고 있다. 막 혼자 어린이가 예쁘게 크는 뻘상상 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 있다. 그런 한 편, 아기같은 모습이 점점 없어지는 모습을 보며 아쉽고 서운하고 그런 맘도 크다. 문장으로 써놓고 보니까 여기 저기서 백 번 정도 봤지만 전혀 공감도 안되고 감흥도 없던 바로 그 문장이구나. 부모라면 누구나 다 (크게) 느끼는 마음이지만, 부모가 아닌 사람은 백 번을 보든 이 백번을 보든 아무 감흥없는 바로 그 문장ㅎㅎ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라고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다. 사회화가 조금 많이 (많이) 늦은 감도 있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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